아직 나뭇잎이 완전히 떨어지지 않아 누군가는 아직 가을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겨울이라고도 합니다. 아직 시기적으론 가을 같지만, 어찌되었든 캐나다의 겨울은 참 빨리도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벌써 눈도 많이 내린 적이 있으니 말입니다. 매일 매일 바람에 날려 간간히 세미하게 내리는 눈발들은 올 겨울 내릴 눈이 과연 얼마나 많을지... 미리 준비운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 눈이 내린 아침에 길을 걸어가는 중에 하얀 눈밭에 생긴 수많은 새들과 동물들의 발자국을 볼 수 있었습니다.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매일 걷는 이 길에 이런 동물들이 거닐다 갔던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 이 길은 사람만 걷는 길이 아니었구나’ 생각하며, 동물들이 인적이 없는 눈 내리는 그 밤 그리고 이른 아침, 아무도 없는 이 길을 여러 갈래로 요리조리 왔다 갔다 했다고 생각하니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바로 믿음의 눈(目)도 이런 것이겠구나’라고요. 눈(雪)이란 한자는 '‘비 우(雨)’란 글자와 ‘오른손 우(又)’란 글자가 합쳐져서 비(雨)를 손으로 움켜 쥘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떨어지는 비, 그저 위에서 내리면 아무런 의미 없이 바닥으로 흘러가는 것이겠지만, 그것이 손으로 뭉쳐지도록 쥘 수 있는 것이 바로 눈이라고 생각할 때, 우리에게 믿음의 눈(目)이 있다면, 거저 흘려버리고 깨달을 수 없는 하나님의 손길도 이렇게 손으로 만져지고 경험될 수 있는 눈(雪)이 될 수 있겠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그 새들과 동물들처럼 내가 지나갔던 그 길에 하나님께서도 지나가셨다는 그 하나님의 발자국도 볼 수 있겠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믿음의 눈(目)’은 ‘믿음의 눈(雪)’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조형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