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자 <현대 생물학 (Current Biology)>이라는 잡지에 실린 논문들 가운데 “Walking straight into circles”란 제목의 글이 있습니다. 독일에 있는 세계적 권위의 비영리 연구단체인 막스프랑크 연구소 (Max-Planck-Gesellschaft)의 잔소우만 박사팀의 연구물인데요. 이들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합니다. 사람들에게 GPS (위성추적장치)를 달아주고 커다란 숲과 사하라 사막에 사람들을 내려놓은 후, 그들에게 홀로 목적지를 찾아가라는 미션을 주었습니다.
해가 떴을 때는 똑바로 목적지를 향해 걷고 있었습니다. 밤이 되어도 달이 있으면 목적지를 향해 똑바로 걷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구름에 가리워 해도 달도 사라지자, 그만 한쪽으로 조금씩 조금씩 각도를 틀어 움직이며 원을 그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100% 똑바로 걷고 있다고 생각했지요. 연구팀은 이 실험을 좀 더 증명해보기 위해, 이제 사람들을 일반적 공간에서 눈을 가리고 걷게 했습니다. 그러자 그 누구도 예외없이 반경 20미터 안에서 원을 그리면서 움직이는데, 자신들은 똑바로 걷고 있다고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등산을 하는 이들의 많은 경험담 가운데, 어두운 곳에서 보통 길을 잃으면, 어딘가로 똑바로 피신을 한다고 오랜 시간 걸아가도, 날이 밝아 살펴보면, 결국 멀리 가지 못하고 출발했던 그 장소 가까이에 서 있는 경우가 많다는 증언들도 그런 이유입니다.
연구팀은 이 실험을 통해 사람은 어떤 기준점이 눈으로 보이지 않으면 금방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조금씩 조금씩 한쪽 방향으로 실수를 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결론을 냅니다.
이 연구결과는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우리의 믿음 생활도 결코 다르지 않음을 상기시켜 줍니다.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 (시편 127:1). 사람이 자신의 기준점인 하나님을 의도성을 가지고 바라보는 믿음의 눈을 잃으면, 아무리 세상에서 똑바로 걷는다고 해도 그것은 착각일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잘되는 것 같아도, 잘 가는 것 같아도 그것은 그저 원을 그리고 빙빙 도는 제자리 걸음 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가는 길이 바르도록 하시고, 우리의 집을 세우실 그분을 믿고 의지할 때, 우리의 인생의 사전 가운데 ‘헛됨’이란 단어는 사라집니다.
조형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