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 선생이 지은 <님이 오신다>란 시가 있습니다. 제법 긴 호흡의 시인지라, 짧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늘 고대하고 기다리던 님이 드디어 오신다는 소식에 님을 기다리는 이는 지금 마음이 바쁘기만 합니다. 왜냐하면 님이 오시는 날,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님이 오시는 길과 집 앞마당을 청소하고, 머무르실 방안을 급히 청소하지만, 시간은 없고 잘 되어지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때, 이미 오신 그 님은 부드럽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이 애 이 애 걱정마라./ 나도 같이 쓸어주마/ 나 위해 쓸자는 그 방/ 내가 쓸어 너를 주고/ 닦다가 닳아질 네 맘/ 내 닦아주마” 그러자 님을 기다리던 시의 화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쓸지 닦지 하던 마음/ 그것조차 맘 뿐이고/ 님이 손수 쓰시고/ 나까지도 앉으라시니/ 내 자랑이라곤 없소이다/ 참 없소이다/ 밝히자면서 못 밝힌 방/ 저절로 밝아지고/ 맑히자면서 못 맑힌 맘/ 나중엔 맑아졌으니/ 내라곤 없소이다/ 님 곁에만 사오리”
비록 늦잠을 자서 허둥지둥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더라도, 님 기다리는 그 맘, 아무 것도 드린 것 없더라도, 님을 향한 그 맘 하나를 기특하게 여기시는 분, 그분이 바로 우리 하나님 아닐까요? “내 자랑이라곤 없소이다/ 참 없소이다.” 항상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 존재가 바로 하나님의 은혜 앞에 서 있는 우리일 것입니다. 그러기에 하나님의 은혜는 더 없이 크고 소중합니다.
조형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