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철학의 대표자 중 한 사람인 철학자 니체 (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의 책 <우상의 황혼>에는 다음과 같은 부제가 붙어있습니다. ‘망치를 들고 철학하는 방법.’ 즉, ‘철학은 망치로 부수는 작업’이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부수는 것일까요? 니체에게 철학은 인간 자신 안에서 자신을 길들여 온 철옹성과 같이 고착된 담벼락 또는 신(우상)과 같은 것들을 철저하게 깨부수는 노력이라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니체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신앙생활을 하는 것도 망치를 들고 깨어 부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닐까’를 생각해 봅니다. 하나님 외에 은밀하게 섬기고 있는 나만의 우상, 내 생각의 우상, 내 아집의 우상, 내 편견의 우상, 내 차별의 우상들을 깨부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철학자 니체는 망치로 ‘깨어부숨’에 초점을 맞추고, 깨어부수는 도구인 그 망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명확히 말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철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보통명사로서의 망치, 바로 일반화(generalization)의 우를 니체는 범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있어서 망치가 무엇인지는 명확합니다. 우리에게 망치는 성경의 말씀 속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러기에 믿음 생활은 성육신으로 우리에게 사랑과 정의로 오신 ‘소통 (the Communication)’으로서의 예수를 본받아, 나를 가두고 있는 나만의 우상 또는 담벼락을 깨버리고 하나님과 소통하고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하나님과 세상에 열려있는 제자가 되는 과정일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닫혀진 나, 우상 가운데 있던 나 자신을 버리고 온전히 예수 그리스도를 모실 때, 비로소 망치 들고 신앙생활하는 믿음의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망치, 가지고 계십니까?
조형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