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 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위의 시를 가지고 여러가지 해석이 분분하겠지만, 그 모든 해석들을 차치하고 지금 독자들에게 놓여 있는 싯구들 자체만을 있는 그대로 볼 때, 저는 이 시를 접할 때마다 하나님이 생각납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빗댄다면, 하나님의 사랑을 아주 잘 그려 놓은 한편의 시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말씀합니다.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사랑하는 자마다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하나님을 알고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사랑을 우리가 알고 믿었노니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사랑 안에 거하는 자는 하나님 안에 거하고 하나님도 그의 안에 거하시느니라…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 (요일 4:7-8, 16, 19).
하나님에게 ‘사랑’은 그의 ‘이름’이요, 그의 ‘전부’입니다. 시인의 말처럼 사랑받기보다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고 하시며 오늘도 하나님의 책상에서 우리에게 사랑의 편지를 쓰고 계신 하나님, 그 하나님을 생각하며 오늘도 하루를 삽니다.
- 조형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