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통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상하관계를 중요시하는 문화는 한국이나 미국, 그리고 이곳 캐나다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필립 얀시(Philip Yancey)의 『하나님, 은혜가 사라졌어요 (Vanishing Grace)』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한참 높은 직급에 있는 중역임원과 일반 직원들의 소통을 그리 장려하지 않았던 한 회사에서 일하던 여성 임원이 어느 날부터 특별한 업무가 없더라도 일부러 부하직원들의 책상들을 찾아 다니려 했습니다. 그녀가 한 부하직원의 책상을 처음 찾아갔을 때, 이제껏 중역임원을 평상시에 대면하지 못했던 그 직원은 그녀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먼저 밝혔을 때, 그녀가 자신에게 해고통지를 하려고 찾아온 줄 알고 겁을 냈다고 합니다. 그녀가 “3년이나 함께 일하면서 당신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어요. 그래서 좀 찾아와 봤어요~”라고 하자 그제서야 안도하였답니다. 그런 소통의 시간이 계속 되던 어느 날, 그녀의 직속 상사가 갑자기 호출을 합니다. 그러더니 “당신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다녔는지 모르겠지만, 회사가 거의 파산 직전이었는데 최근 사정이 호전되기 시작했고, 어떻게 된 것인지 한결 같은 직원들의 말이 모두가 당신 덕분이라고 하더군요.”
사람에게 소통 (communication)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정작 이런 소통이 전도에서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소통이 전도의 수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글쎄요… 아마도 이런 말을 들으면,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소통이 전도의 수단이 되는 것이 뭐가 문제지? 그래도 예전처럼 말로만 전하는 것보다 더 낫지 않은가? 오히려 더 맞는 말이 아닌가?’ 필립 얀시의 같은 책에서 인용된 미국의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요, 기독교 변증가, 그리고 현재 8천여명이 모이면서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가장 생기 넘치는 교회라 불리우는 ‘리디머 교회’를 개척한 팀 켈러 (Timothy Keller) 목사님의 말입니다. "더 이상 '우정 전도 (friendship evangelism) '라 불리던 관점으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대신 우정의 관점으로 생각하십시오. 전도는 어떤 사람과의 유기적이고 자연스러운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어야합니다."
소통이 전도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소통은 전도 그 자체이어야 합니다. 진정으로 우리와 ‘소통’하러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인 우리는 바로 전도를 위한 것이 아닌, 그래서 전도되면 그 소통을 끝내는 것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은 사람으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옷 입은 사람들로서 내 옆의 사람과 진실하게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각 사람은 이미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있어도, 여전히 옆 사람으로부터 전도 받으며, 동시에 옆 사람을 전도하는 ‘전도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이들입니다.
- 조형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