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a Dolorosa, 라틴어로 ‘고통의 길’이라 불리우는 약 600미터의 이 길은 예루살렘의 구시가지에 위치해 있습니다. 14세기경 프란시스파 수도사들이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지나가셨던 곳들 (빌라도 법정, 십자가를 지니시고 가다 쓰러지신 곳들, 십자가가 세워졌던 곳 등)을 약 14개의 지점으로 구성하여 순례길을 만든 것이 바로 이 길입니다. 예수님의 무덤 기념교회인 ‘성 분묘 기념교회’(The Church of the Holy Sepulchre)에서 시작하여 겟세마네 동산과 시온 산을 거쳐 다시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코스가 됩니다. 사실 이곳을 정확히 예수님께서 걸어가셨다는 증거는 확실치 않습니다만, 어렴풋이 그 길을 걸으며 예수님의 십자가의 고난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 많은 감동을 준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겐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왜냐하면 현재 이곳에 만들어진 14개의 지점들은 그 흔적만이 드문 드문 남아있을 뿐, 실제로 가보면, 아랍인들의 재래시장이 되어 물건을 사고 팔기에 정신없는 곳이 되었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순례객들 가운데 실망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게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보며, 단순하지만,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생각을 해봅니다. 첫째, ‘바로 이렇게 사람 냄새나는 곳, 이런 곳에 예수께서 오셨었구나. 진정 참 신이시고, 참 인간이셨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그분의 십자가의 고난이 더 가슴 뭉클하게 와닿는 것 같았습니다. 둘째, ‘그래, 예수님은 더 이상 여기에 머물고 계신 분이 아니야.’ 순례객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예수님께서 비록 그곳 (또는 그 근처)에서 십자가의 고난을 당하셨어도, 그 분께선 부활하셨고, 이스라엘 땅이 아니라 이제는 온 인류의 구주가 되셨기에, 그분의 십자가의 흔적이 온 세상에 가득하니, ‘참된 순례의 길, Via Dolorosa는 바로 오늘 우리의 삶 자체가 아니겠는가?’라고 생각해 봅니다.
- 조형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