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Thanksgiving Day)’은 알겠는데, ‘맥추감사주일 (The Feast of Harvest)’이란 말은 좀 생소하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맥추(麥秋)감사주일이란, “맥추절을 지키라 이는 네가 수고하여 밭에 뿌린 것의 첫 열매를 거둠이니라” (출 23:16)란 말씀에 근거한 것입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3대 절기인 유월절, 초막절과 함께 칠칠절이라고도 불리우는데, 이는 유월절이 끝나자마자 7주(49일)가 끝나고 그 다음 50일째 되는 날, 보리가 아닌 밀의 추수를 마치고 그것에 감사하기 위함입니다. 그러기에 ‘맥추’란 말에 담겨있는 ‘보리(麥)를 추수(秋)함’이란 말은 한국교회에 맞게 만든 토착화적인 번역입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선 이스라엘 땅의 경우와 달리, 밀이 아닌 보리의 추수가 6월 중순이나 말경이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농경사회에서 주식인 벼(쌀)가 아직 익기 전, 주식의 대용이었던 보리를 거두며 첫 소출에 감사하였던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엔 옛날에 ‘보릿고개’란 것이 있었습니다. 작년 가을 곡식을 추수한 후 먹던 양식들이 약 5월이 되면 어느 집이나 예외 없이 다 동이나, 배를 움켜쥔 아이들이 서로 이런 농담을 했다지요.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고개가 어디게~?” “보릿고개지~!” 그러니 보리의 수확이 얼마나 감격스러웠을까 짐작이 갑니다. 그 감격을 자신들의 소출의 첫 것을 드리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표현하였던 것이죠. 그런데 참 공교롭게도 우리가 오늘 지키는 것처럼 맥추감사주일은 한 해의 딱 절반을 지나며 지키는 절기가 됩니다. ‘시작이 반이다’란 격언처럼, 어느덧 시작을 했더니 반이 지나간 것입니다. 한해의 반을 지나며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일년의 반을 지나며 우리가 계획했던 것이 과연 얼마나 이루어졌나를 생각하게 되지요. 아마도 많은 경우, 계획한대로 되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인생 자체가 계획대로, 마음 먹은대로 안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여러분... 지금 하나님께 실망하고 계십니까? 아니면 감사하고 계십니까? 혹 내가 세웠던 계획과 그것에 대한 기도대로 오늘 여전히 그 결과를 볼 수 없을 지라도, 일년의 반을 지나는 동안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길로 매일 매일의 삶의 보릿고개를 이겨내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우리는 감사할 수 없을까요? 일년의 반을 내가 먹을 것 걱정 없이 건강히 살아온 것만 가지고도 감사할 수는 없을까요? 일년의 반을 지나며 내 자녀들이 그동안 건강히 잘 자라온 것만 가지고도 감사할 수 없을까요? 그 외에 어떤 일들을 우리가 감사할 수 있을지, 받은 복을 한번 세어보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 봅니다. 내가 이제껏 살아온 날들의 수만큼, 아니 그것이 힘들다면 1년의 반인 약 180일의 수만큼, 180번의 ‘감사합니다’를 입으로 읊조리는 오늘 하루가 되어보면 어떨까요?
- 조형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