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책을 사러(?)라기보다는 읽으러(!) 서울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에 자주 들렀던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민폐를 끼치진 않았고, 대략 이번 주에는 또는 이번 달에는 어떤 책들이 나왔나 둘러보며 한때는 여러 분야의 책의 트랜드를 나름 꿰고 다녔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날은 굳이 책을 안보더라도 여러 가지 예쁜 문구류들, 유명 음반들이 많았기에 그런 것들을 구경함의 재미도 있었고, 많이 이들이 알고 있는 서울의 한복판이었기에 약속장소로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굳이 책을 안보더라도 책에 둘러싸여 담소를 나누거나 옆에 딸린 까페에서 커피한잔을 마시면 왠지 교양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지기도 했지요. 그런데 굳이 외우려 하지 않았는데도 항상 기억나는 문구가 있습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교보문고 내외부에 새겨져 있는 문구입니다. 한국의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교보문고의 건물과 내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죠. 교보생명 창립자 고 대산(大山) 신용호 전 회장이 1981년에 서울 광화문에 당시 세계최대의 서점인 교보문고를 만들면서 이 말을 남긴 것이랍니다. 직원들에게는 “손님이 책을 오래 서서 읽는 것을 말리지 말고 그냥 둘 것” “책을 노트에 베껴도 그냥 둘 것” 등의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죠. 그래서 눈치 받지 않고 서서 책을 읽을 수가 있었던 것이었네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명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광화문 교보문고 밖에 커다란 세 개의 돌들에 이 명언이 새겨져 있는데, 왜 굳이 세 개의 돌들에 이 말이 새겨져 있을까? 처음엔 그저 보기 좋으라고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위의 문장이 왼쪽의 첫 번째 돌에는 주어들 (사람은, 책은), 중간 돌에는 목적어들 (책을, 사람을),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돌에는 서술어 (만들고, 만든다)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 말들을 다시 조합해보면 이런 말이 됩니다. ‘사람은 책을 만든다,’ ‘책은 사람을 만든다,’ 외에 ‘사람은 사람을 만든다,’ ‘책은 책을 만든다’가 새롭게 나타납니다. 결국 그 명언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드는, ‘책’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한 조합이 되는 것이죠.
우리가 다니는 감리교회를 만든 존 웨슬리 (John Wesley)는 자신을 가리켜 ‘한 책의 사람 (Homo unius libri, A Man of One Book)’이라고 하면서, 삶에 있어 세상에서 성경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늘 이야기하였습니다. 세상의 책들이 사람을 새롭게 바꾸고, 사람을 새롭게 만든다면,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은 과연 어떨까? 우리도 오직 ‘한 책의 사람, 한 책에 빠진 사람’되어 우리의 믿음의 삶이 책으로 나와 널리 읽혀졌으면 좋겠습니다.
- 조형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