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높은 첨탑 위
침팬지 가만히 앉아
먼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Being in time
작은 움직임도 없이
저 하늘 끝 어딘가
나를 이곳에 보내신 당신을
의혹 없는 순수한 눈으로
멀리 멀리 바라고 있습니다
밖에서 안으로 밀려 들어와
나도 모를 나로 채워진 이 깊은
바다 속
어지러움의 소용돌이를
잠시나마 제쳐두고
당신의 시간 속에
나를 내려 놓습니다
구하긴 했지만 내면의 나로
하나가 되지 못한
바깥의 것들을
조심스레 쓸어 모아
저 깊은 어둠 속에 녹여냅니다
나도 저 높은 첨탑 위
침팬지 되어
가만히 가만히 눈을 감습니다
- ‘첨탑 위 침팬지’의 이미지와 ‘Being in time’은 얀 마텔의 소설 ‘포르투갈의 높은 산’에서 가져옴